아파트 쏠림 가속…빌라 시장 침체 지속
최근 아파트 시장의 과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빌라 시장의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빌라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관심이 아파트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 883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9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거래는 9870건으로, 이는 2006년 이후 동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과 종합부동산세 규제 완화 움직임이 아파트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가격 상승과 분양가 오름세가 맞물리면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매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파트 대체제로 여겨졌던 빌라는 역전세 사태와 함께 거래가 급감했다. 2022년부터 역전세 피해가 늘어나면서 전세 거래는 감소하고 월세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6월 1만 8928건이었던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2022년 6월 1만 2269건으로 약 30%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6979건으로 떨어졌다. 올해 8월까지도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나래 주거안정연대 회장은 "빌라는 취득세가 높아 다주택자가 아니면 투자하기 어렵다"며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 문제와 대출 규제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빌라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빌라는 저가로 거래되는 사례가 포착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 문제로 인해 빌라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으며, 세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 없이는 시장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